돈 없이 유학 갈 순 없나요?

돈 없이 유학 갈 순 없나요?
날짜 : 2010-01-19 16:40:38 글쓴이 : 명문유학원 조회수: 3921

이 글은 장학금을 받아 유학을 떠난 P 라는 학생의, 실제로 있었던 사례를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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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가 아버지와 함께 환한 얼굴로 유학원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 동안 고마웠다며 분홍색 보자기에 싼 상자 하나를 내민다. 뒤따라오신 P의 아버지도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연신 내 손을 잡아 흔드신다.

P가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장학금 소식이 온 것은 유학수속을 시작한 지 거의 7개월만인 지난 5월 초였다. 미국 대학원 의과대학 기초의학과 박사과정 입학허가와 함께 5년간 학비 전액면제, 매달 생활비 $1,800을 향 후 5년 동안 지급 보장, 첫 1년간 grace period 제공(load 없음) 등 매우  좋은 조건의 RA(연구조교) 장학금을 받게 된 것이다.

입학 심사의 Final Round에는 최종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통과한 5명의 후보자가 올라 왔는데 P는 그 중 유일한 외국인이었으며 이들 중에서 입학 정원인 3명을 추려내기 위한 한 시간 반 정도의 전화 인터뷰를 하도록 되어 있었다. 학과 커리큘럼과 인터뷰어로 나오는 세 교수의 최근 페이퍼를 근거로 예상 질문을 뽑고, 지원할 때 제출한 학업계획서와 이력서를 기본으로 답변내용을 준비하였으며 전화인터뷰인 점을 감안, 답변 내용을 통째로 외우도록 준비시키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하였는데 나름대로 고생한 보람이 있었던 것이다.

처음 P를 만난 것은 약 2년 전 P가 유학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학원에 다닐 때였는데 나는 마침 이 학원에서, 유학을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매월 정기적인 유학 특강을 하고 있었다. P는 서울 인근의 대학을 다니던 학생으로, 마지막 두 학기를 남겨놓고 휴학을 한 후 이 학원에서 토플과 GRE를 준비 중이었는데, 마침 학원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려진 공지를 보고 유학 특강에 참석하게 되었다고 한다.

유학 준비를 마친 후 아버지와 함께 유학원을 방문한 P는 대학교 성적증명서와 1년 동안 준비한 토플과 GRE 점수를 내 앞에 내놓았다. P가 재학하는 K대는 경기도에 있는 사립대학으로, 비록 명문대학은 아니었지만 그가 속한 생명 과학과는 이 학교를 대표하는 전공 중 하나였으며 P의 학교 성적은 학과 톱이었다. 토플과 GRE 점수 또한 상위권으로 이 정도의 스펙이라면 웬만한 학교에 입학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함께 오신 P의의 아버지께서 의자를 당겨 앉더니 진지한 얼굴로 입을 떼셨다.  

“내가 직업이 없어 지금 우리 아이의 유학비용을 지불할 형편이 못됩니다. 돈 없이 유학 갈 순 없나요?”

오랫동안 공직에 몸담고 있다가 어떤 계기가 있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였는데, 한 때 잘 나가던 사업이 얼마 지나지 않아 크게 부도가 나는 바람에 몇 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운데도 자녀인 P는 열심히 공부하여 학비는 장학금으로 충당하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면서 유학의 꿈을 버리지 않았단다. “미국 대학원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우리 아이는 유학을 갈 수가 없으니 꼭 좀 힘써주십시오” 자식을 위해 풍족하게 지원해 주지 못하는 아버지의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왔다.

P의 수속은 학교선정과 SOP 작성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지원학교를 선정의 최우선 기준을 장학금을 받는데 두었다. 지원 전공인 Immunology(면역학) 분야는, 학교에 따라 소속이 자연 과학 대학(College of Natural Science)에 속해 있기도 하고 때로는 의과대학(College of Medicine) 기초의학과에 속해 있기도 하였는데, 의과대학에 속해 있는 경우가 비록 선발 인원이 적어 경쟁이 치열한 어려움은 있었지만 입학생 전원에게 RA를 주는 학교들이 많아 주로 의과대학 소속 학교를 선정하였다.

박사 과정 입학 심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SOP는 P가 대학원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학부 3학년 때 참여했던 Research Project를 최대한 부각시켜 학업계획서와 선택 전공이 이 프로젝트와 일관되도록 주의 깊게 작성하였다. 평점이 좋고 워낙 성실한 학생이었기에 교수님들의 좋은 추천서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선물 받은 떡 보자기를 풀어놓고 온 스텝들이 둘러앉았다. 콩을 넣은 찰떡, 호박떡, 콩고물을 묻힌 콩떡, 이름은 다 알지는 못하지만 형형색색의 예쁘고 먹음직스러운 떡이 상자에 가득하다. 입학허가서를 받기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 했는데 큰 상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게 되어 뿌듯한 마음이다. 앞으로 P는 돈 걱정 없이
맘 놓고 공부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인 그가 언젠가 그가 꿈꾸는 대로 저명한 과학자가 되어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나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